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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모드 vs 흑백보정, 차이점, 결론

by chalkakjoon 2025. 8. 6.

 

흑백모드 vs 흑백보정

 

흑백 사진은 언제나 묘한 감정을 자극합니다.
강렬한 빛, 깊은 그림자, 색이 없기 때문에 더 도드라지는 구조와 표정들. 흑백 사진은 색이 없는 대신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피사체가 가진 본질적인 느낌을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흑백을 의도하고 찍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진을 컬러로 찍고, 나중에 보정 과정에서 흑백으로 바꾸는 방식에 익숙했습니다.

감성이 더 살아날 것 같은 장면이나, 컬러가 방해된다고 느껴지는 사진들을 흑백으로 변환하면서 그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사진 관련 서적에서 이런 문장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단지 분위기를 위해 흑백 보정을 하지 마라.”

 

처음엔 이 말이 조금 거칠다고 생각했지만, 곧 그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고민 없이 컬러로 촬영하고, 단순히 감성적인 분위기를 위해 흑백 보정을 하는 습관은 사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찍는 순간부터 흑백을 의식하고, 그에 맞는 구도와 빛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는 어떤 장면이 흑백에 어울릴지를 촬영 전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비가 뚜렷한 건축물,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진 장면, 감정이 담긴 인물의 표정 같은 장면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컷들을 마주했을 때, 저는 이제 “이 장면은 흑백이 더 어울릴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셔터를 누르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감성 표현을 넘어, ‘시선’과 ‘판단’의 훈련이 되고 있습니다.
흑백은 결국 색을 지운 선택이 아니라, 색을 넘은 표현 방식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차이점

 

흑백 모드와 흑백 보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합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흑백 사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둘은 출발선이 다르고, 촬영자의 시선에도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흑백 모드는 촬영 전에 카메라의 설정을 흑백으로 바꿔서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뷰파인더나 LCD 화면에 보이는 장면도 흑백으로 표시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촬영자가 색에 의존하지 않고 빛과 그림자, 구조와 명암, 질감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흑백 모드는 색이라는 요소를 제외한 상태에서 장면을 해석하는 훈련이 됩니다.
컬러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진을 더 깊게 바라보게 됩니다.
또한 JPEG로 저장할 경우 컬러 정보가 사라지기 때문에, 나중에 복구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은 부담이자 동시에 사진을 더욱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반면에 흑백 보정은 컬러로 촬영한 후,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흑백으로 변환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색상 채널별로 밝기와 톤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폭이 넓습니다.
예를 들어 노란색을 밝게 하고 파란색을 어둡게 조절하면, 인물의 피부 톤이나 하늘의 질감을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흑백 보정의 단점은 ‘의도의 결핍’입니다.
촬영 당시 흑백을 전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사체의 구조나 명암이 흑백에 어울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저 감성을 덧입히기 위한 편리한 도구로 사용된다면, 사진의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두 방식의 차이는 사진을 찍을 때 이미 흑백을 고려했는가, 아니면 찍은 후에 흑백이 어울릴 것 같아 바꾸었는가로 나뉩니다.

 

흑백 모드는 시선을 훈련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색이 사라진 세상을 통해 구도와 빛, 감정에 집중할 수 있으며, 사진가로서의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만 실시간 판단력이 요구되며, 카메라 셋팅에 따라 복구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반면 흑백 보정은 후반 작업의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톤을 조절할 수 있어, 더 풍부한 흑백 표현이 가능하며, 작업의 자유도가 큽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의도를 두고 찍지 않으면, 오히려 사진의 흐름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처럼 각각의 방식은 분명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중요한 것은 흑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그 안에 담긴 명확한 의도와 시선이 존재하는가입니다.

 

결론

 

흑백 사진은 단순히 분위기를 위해 색을 없앤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색이라는 요소를 걷어냄으로써, 피사체의 본질과 감정을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표현 방식입니다.

컬러보다 흑백이 더 솔직한 순간이 있고, 흑백이 감정을 더욱 농도 있게 전달하는 장면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은 보정이 아닌, 촬영의 순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촬영 전에 더 많은 질문을 던지며, 어떤 장면이 흑백으로 의미가 깊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연습을 계속할 것입니다.
감성이 아닌 의도로 흑백을 선택하는 순간, 사진은 조금 더 나에게 가까워질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