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예종 사진학과 대학원, 나를 시험할 특별한 기회

by chalkakjoon 2025. 8. 8.

 

한예종 사진학과 대학원, 나를 시험할 특별한 기회

 

 

다가오는 10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사진학과 대학원 원서 접수다. 사실 합격이 목표라기보다는, 이 지원 과정 자체가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더 크다. ‘정답 없는’ 예술의 영역에서 국내 최고의 교수님들로부터 나의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합격 여부를 떠나,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사진 철학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진가로 성장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를 '시험'하는 것은 결국 나의 예술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 통보에 탈락 사유가 기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차 서류를 통과했다면 최소한 나의 작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가능성을 지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만약 고배를 마시게 된다면 아직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냉철한 현실을 마주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결과든 나에게는 성장의 피드백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단순한 원서 접수 비용 이상의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사진을 업으로 삼고 싶은 나에게 이 정도의 자기 투자는 당연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은 어떤 강의나 책으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작업으로 나를 보여줘야 할까?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기술적인 역량을 넘어, 그 사진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나의 의도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결국 내가 이 과정에서 길러야 할 역량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예술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담아내는 사진 찍기,

둘째는 왜 이 사진을 찍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글쓰기이다.

 

나의 시선이 곧 나의 언어가 되어야 하는 셈이다.

최근 제주도에서 '다크투어'를 다녀온 경험이 좋은 영감의 씨앗이 되었다. 4월 3일, 친구들과 함께 4.3평화공원을 방문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몰랐던 세부적인 역사의 조각들을 알게 되자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당시 사건의 계기가 된 장소를 우연히 마주했을 때였다.

 

제주도 숙소에서 슬리퍼를 신고 오가던 그 익숙한 거리가 80여 년 전 비극적인 사건이 시작된 현장이었다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곳은 차들이 쌩쌩 달리고, 형형색색의 간판이 빛나는 번화가였다. 지금은 아무도 그곳의 아픈 역사를 알지 못하는 듯 평화로웠다. 당시의 참혹한 비명이 묻혀버린 자리에 무심한 일상이 흐르는 그 간극에서 묘한 감정은 더욱 커져갔다. 문득, 우리가 잊고 사는 역사는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풍경 속에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작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만약 옛 서적과 사진 자료를 조사하여, 지금의 거리 풍경과 그 당시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 속에 재현해낸다면 어떨까? 사진 한 장이 지닌 힘과 영향력은 상당하기에, 잊고 살았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강력하게 환기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사진 속 인물이 서 있던 자리나 당시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에 지금의 모습을 겹쳐놓거나, 혹은 과거의 사진을 배경으로 현재의 내가 서 있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역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성찰해야 하는지를 묻는 행위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에 대해 "왜 굳이 아픈 역사를 들춰내냐"거나 "관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고민들은 차차 해결해나가기로 하고, 일단은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않았거나 사람들이 잊고 지내는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심도 있게 조사해볼 계획이다.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역사를 재조명하고 현재와 소통하는 예술의 힘을 증명하고 싶다. 이번 대학원 지원 과정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사회에 어떤 이야기를 던질지 고민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