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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사진, 나만의 시선을 찾는 여정

by chalkakjoon 2025. 8. 11.

 

 

이야기가 있는 사진, 나만의 시선을 찾는 여정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잘 찍은 사진’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예쁜 사진’과 ‘이야기가 있는 사진’입니다.

창업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한 사진 작가님은 주로 ‘예쁜 사진’을 찍는 분이셨습니다. 작가님을 따라다니며 사진 잘 찍는 비법을 물으니, 유명한 인스타그램 사진들의 구도를 연습하며 따라 해본다고 답하시더군요. 그 결과물들은 엽서로 만들어 팔아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진에 갈증을 느꼈습니다. 완벽한 구도와 색감으로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는 사진도 좋지만, 제 마음을 끄는 것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딜레마, 셔터를 누르지 못하는 이유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자주 떠납니다. 이국적인 풍경을 마주하면 셔터는 한없이 바빠지지만, 정작 돌아와 사진들을 보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저 ‘놀고 먹기 위한 여행’의 기념사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매번 ‘새로운 여행지에서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노느라 바빴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많아도, 그 속에 담긴 서사를 포착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고자 유명 작가님의 온라인 사진 강의를 결제했습니다. 프리셋을 만드는 기술적 노하우와 함께, 시중의 책에서는 얻기 어려운 작가님만의 이론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죠. 하지만 여전히 제 오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사진에 ‘이야기’를 담는 방법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요즘, 사진을 향한 저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불과 3달전 같았으면 100장도 넘게 찍었을 10km 거리를, 오늘 겨우 5장 남짓 찍었더군요. ‘이야기가 없는 사진은 찍지 않겠다’는 무의식적인 고집 때문인지, 셔터를 누르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왔으면 그저 즐기면 될 텐데, 어느새 사진을 대하는 태도가 꽤나 진지해져 있었습니다.

사람을 담지 않고, 그저 무심히 놓인 사물에 서사를 만들어가는 작업.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저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저의 ‘상상력 부족’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어떤 대상이든 작가님들은 저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겁니다. 흔한 놀이터의 미끄럼틀을 보고도 낡은 페인트칠의 질감에서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 위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이러한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저는 사진의 기술적인 부분에만 몰두해왔습니다. 조리개, 셔터 스피드, ISO와 같은 카메라의 3요소를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익히는 데 시간을 썼죠.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 하나가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방법은 책 세 권을 무작위로 꺼내, 아무 페이지나 펼쳐 그 세 가지를 연결시켜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혀 연관성 없는 것들이 억지로 연결되었을 때 나타나는 ‘이질감’이 오히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이것은 사진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보는 힘, 서로 다른 개념을 엮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시선. 이것이 바로 제가 찾아 헤매던 ‘이야기를 담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기술적인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내 눈높이를 버리고 남들이 보지 않는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새로운 분야의 글귀나 예술에서 연결점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내일부터 동네 놀이터를 하루 종일 찍어볼 생각입니다. 구도를 바꿔가며 같은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볼 겁니다. 

사물이 주는 이야기는 고정되어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담아내듯 조작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장소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키워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엮어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여 하나의 시리즈가 되고, 그 시리즈가 저만의 시선이 담긴 사진첩이 될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동네 놀이터 사진들과 함께, 그 안에서 발견한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