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사진
사진을 찍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인 것 같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자취방을 알아보느라 바빴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카메라는 가방에 있었지만, 꺼낼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을 찾으며 온종일 걸어다니느라 바쁘고 힘들 때는 아름다운 풍경도 그저 스쳐 지나갈 뿐, 렌즈에 담으려는 노력조차 버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바쁜 일상 속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특별한 순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저는 사진을 찍어주는 역할에 몰두했습니다. 친구들의 즐거운 모습을 담고, 그들의 추억을 기록하는 일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 사진을 정리하다 문득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사진 속에서 정작 제가 나온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이건 친구들의 추억을 위한 사진이지, 나를 위한 사진은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들자 알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기록을 넘어선 '나만의 사진'을 향하여
물론 친구들과의 추억을 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함께 웃고 떠들었던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단순히 기록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머릿속으로는 '더 멋진 구도는 없을까?', '이 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예술적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이런 고민들은 제가 좋아하는 '예술 사진가'로서의 성장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이런 고민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즐거운 분위기에 휩쓸려 셔터만 '찰칵찰칵' 누르다가 결국 깊이 있는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를 위한 사진'이 없었다는 점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사진을 위한 장소, 그보다 중요한 것
이런 고민은 결국 '사진은 어디서 찍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럼 혼자 여행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어디로 떠나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익숙한 동네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특별한 장소로 떠나도 날씨나 사람 때문에 원하는 구도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걸 찍어야지!' 하고 마음먹고 나간 날보다, 그냥 무심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면을 찍었을 때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많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소 그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을 얼마나 솔직하게 담아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
그래서 요즘은 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있습니다. 나는 어디서 무엇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진을 찍어야 할까? 어쩌면 답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거창한 장소나 특별한 순간을 찾기보다는, 그냥 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찍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햇살이 예쁘게 들어오는 카페 창가, 오래된 책방의 낡은 책들, 비 오는 날 창문에 맺힌 빗방울처럼 말입니다. 내 감정이 동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 감정을 사진에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찾던 사진일 것입니다.
이제는 친구들 사진도 좋지만, 저 자신을 위한 사진, 제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찍어보려고 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어딜 가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그냥 지금 이 순간 제가 보고 싶은 게 뭔지 들여다보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되면 스스로 원할때 표현하고 싶은게 있을때 카메라를 꺼낼 생각입니다. 셀카도 담아보고 여행에도 집중하고 그 두가지를 다해볼 생각입니다.
결론적으로, 온전히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얼른 집 계약해서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는 게 사진을 위한 첫 번째 과제인 듯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저만의 공간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비로소 나를 위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입니다.